LA에서 가구 고를 때 들러야 할 곳, Helms 가구 단지

컬버시티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어요, 바로 Helms 가구 단지예요. LA에 사는 분도 여기에 Helms라는 가구 단지가 있다는 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Helms는 옛날에 빵 공장이 있던 곳이에요. 사인도 'Helms, Olympic Bread'라고 옛날 느낌 그대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사람들이 가구 단지라는 걸 모를 수도 있겠더라고요.

 

옛날 빵 공장이 있던 곳, Helms 가구 단지

쉽게 가구 단지라고 일컫지만 사실 여기에는 가구점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식당도 카페도, 심지어는 서점도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알고 좋아하는 Pasta Sisters도 여기에 하나 있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제가 소개할 곳은 가구점 두 곳이에요. H.D. Buttercup과 Scandinavian Designs이에요.

 

Helms의 가구점 H.D. Buttercup

먼저 H.D. Buttercup이에요. 여기는 캘리포니아 엘에이, 샌프란시스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가구 소매점이에요. 가구 편집샵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우리가 익히 아는 Hay, Knoll 등 브랜드 가구도 있고, 직접 수입해서 파는 가구들도 있어요. Black Friday 시즌이어서 세일 중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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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Buttercup

HD Buttercup – Furniture and Rugs – Homepage

HD Buttercup – Furniture and Rugs – Homepage

H.D. Buttercup 로스앤젤레스의 내부 모습

모던 가구를 취급한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기보다는 캘리포니아의 미드 센츄리 모던을 연상시키는 가구들이 더 눈에 띄어요. 아무래도 지역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는 상품들을 많이 파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미드센츄리 모던의 영감을 받은 H.D. Buttercup의 가구 컬렉션

사진첩을 보니까 딱 일 년전 이맘때, 이맘때도 아니에요, 정확하게 일 년 전 바로 오늘 여기에 왔었더라고요. 그때와는 또 다른 가을과 시즌에 맞는 몇몇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어요. 가구점을 방문하는 재미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패션처럼 빠른 주기는 아니지만 때에 맞는 유행이 있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가 있어요. 예전에 유행했던 형태나 재료가 다시 유행하기도 하고, 언제나 사랑받는 클래식 아이템들이 항상 있어요.

 

H.D. Buttercup의 2층 벽과 창문

H.D. Buttercup은 옛날 빵공장의 높은 천장고를 살려 2층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는 옛 공장을 리모델링해서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으로 디자인된 공간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여기는 일부러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내려고 다시 흉내 낸 게 아니라 진짜 예전의 벽과 창문, 마감재를 그대로 살린 것을 알 수 있어요. LA에 살면서 이런 역사적인 건물을 살린 공간들을 많이 가보게 되는데, 매번 여러 가지 영감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B Project 디스플레이

이번에 H.D. Buttercup에서 재밌는 브랜드를 발견했어요. 브랜드인지 하나의 프로젝트인지는 모르겠지만, B Project라는 거예요. 'bean bag chair'라고도 하는데 앉는 부분과 등받이의 구분이 모호한 의자와 비슷해 보였어요. 실제로 앉아보니까 의외로 단단한데 편했어요. 암체어 대신에 놓기 딱 좋아 보였어요. 패브릭과 패턴도 다양해서 골라서 믹스 앤 매치하는 재미도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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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Project 공식 홈페이지 / 쇼핑몰

Home - B Project

Home - B Project

브랜드 콘셉트가 재밌는 거 같아요. 브랜드 슬로건이 'A seat made for your headspace.'예요. 앉는 행위를 잠시 멈춰서 쉬는 걸로 다시 정의를 내리고, 매일 의자에 앉는 순간을 머리를 비우는 휴식의 순간으로 만들기를 제안하고 있어요. 앉아서 일하는 의자, 밥 먹는 의자 등등 뭔가를 하도록 목적이 있게 설계된 의자들은 많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도록 만들어진 의자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신선했어요. 

 

가격도 400불대로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이번에 보고 찜해뒀다가 다음에 거실에 하나나 두 개 장만하려고요. 홈페이지를 확인하니까 솔리드 컬러만 있는 거 같아요. 매장에는 더 다양한 패턴이 있었는데, 구매하기 전에 한번 알아보려고요. 소파 놓기는 공간이 애매하거나 가구 배치를 조금 유연하게 하고 싶을 때 선택하기 딱 좋은 디자인인 거 같아요.

 

따뜻한 갈색의 소파와 빨간색 상판의 테이블

저만 그런가요? 내가 맘에 드는 건 항상 품절이거나 사이즈가 안 맞는 것. 이 소파가 그랬어요. 멀리서 딱 보고 딱 내가 원하는 사이즈와 모듈, 그리고 마감이다 하고 가까이 가서 봤더니 떡하니 SOLD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가격은 2900불로 세일하는 아이템도 아니었던 거 같은데 팔렸다고 하네요. 역시 저처럼 안목이 좋은 분들이 많나 봐요. (농담입니다.)

 

H.D. Buttercup에 이어서 옆에 있는 Scandinavian Design도 방문했어요. H.D. Buttercup에서 나와서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서 조금 걸어가면 보인답니다. H.D. Buttercup처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도 모던한 가구를 지향해요. 하지만 H.D. Buttercup보다 조금 더 정제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팔아요. 그런 면에서 이케아랑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샵은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의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정체성이 모호한, 아무튼 그런 가구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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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안 디자인

Scandinavian Designs - Quality Modern Contemporary Home Furniture

Scandinavian Designs - Quality Modern Contemporary Home Furniture

Helms 가구 단지의 Scandinavian Designs

Scandinavian Designs의 내부

이곳에도 역시 옛날 빵공장의 건축을 살려서 내부를 구성해 놓은 걸 볼 수 있어요. 제 눈에는 가구들보다 목재 구조로 된 천장과 천창이 먼저 들어왔답니다. 여기 가구들이 다 모아놓고 보면 이상하고 저렴해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잘 찾아보면 괜찮은 걸 찾을 수 있어요.

 

Scandinavian Design의 원목 가구와 거울

수많은 가구 중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어요. 이건 원목 콘솔이랑 타원형 길쭉한 거울인데 같이 전시되어 있는 게 너무 예쁘더라고요. 가격도 두 개 합쳐서 1000불이 약간 안 되는 가격으로 엄청 저렴했어요. 약간 스크래치나 흠집이 있는 가구들을 대폭 세일해서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거울에 작은 소품이나 화분을 올려둘 수 있는 디테일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새로 이사 간 친구가 찾던 스타일이어서 추천해줬네요.

 

오렌지 컬러의 패브릭 쿠션과 스툴

가을이라서 그럴까요 따뜻한 색감이 눈에 띄었어요. 특히 오렌지색 벨벳 쿠션과 스웨이드 질감의 쿠션이 돋보였어요. 밝은 그레이 패브릭이랑 같이 매치되어있는 게 예쁘더라고요. 골드 메탈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 

 

원목 프레임으로 된 원형 거울과 빨간 가죽의 암체어

Scandinavians Desings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것들에는 거울도 있었어요. 48인치 정도 돼 보이는 큰 원형 거울이었는데 월넛으로 보이는 진한 원목 프레임으로 되어 있는게 어디에나 걸어 두어도 괜찮아 보일 것 같더라고요. 가격도 원래 499불에서 100달러 할인된 399불에 판매되고 있었어요. 사고 싶었지만 지금 사는 집에는 딱히 둘 곳이 없어서 그냥 마음속에만 저장해두는 걸로 했어요...

 

저 빨간 가죽 의자는 아직도 눈에 선선해요. 앉아봤는데 의외로 정말 편했고, 앉아서 랩탑 하면서 커피나 와인 마시기에 딱 좋겠더라고요. 형태도 흔한 실루엣이 아니라 약간 뾰족한 아치 형태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가죽도 빨간색 치고는 그렇게 저렴한 티가 나지는 않았어요. 가격은 899불. 만약 세일 중이었으면 충동구매했을 아이템이에요. 커스텀 제작도 가능하다고 태그가 붙어있었는데, 홈페이지 확인해 보니까 다양한 모듈과 노란색으로도 구매 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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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안 디자인스의 Cicola 컬렉션

Cicola Leather Accent Chair - Scandinavian Designs

Cicola Leather Accent Chair

한때 Helms Bakery District였던 Helms Design Center (가구 단지)

이렇게 컬버시티에 있는 가구 단지 Helms에 다녀온 이야기를 적어 봤어요.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 할 때에도 클라이언트들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위해서 가구를 골라야 할 때가 많이 있었어요. 가구를 다룰 때만큼은 일하는 것 같지 않고 꼭 내 가구를 구입하는 것처럼 설레고 신나게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면서 느낀 건 큰 브랜드의 비싼 가구만 좋은 가구가 아닌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매일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가구가 좋은 가구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LA에서 가구를 고르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됐으면 좋겠네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이나 이메일 보내주세요!